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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UX/UI디자이너로 전향하기 위해 필요한 것

권진석 2022. 8. 24. 01:20

이제 UX/UI 디자인은 많은 분들이 전향하고 싶어하는 직무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픽이나 패키지 디자인을 하던 제 친구 중에도 이 분야로 전향하려고 준비 중인 친구가 있죠. 물론, 다른 직무에서 저보다 훨씬 좋은 대우와 인정을 받으면서 디자인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체감으로는 타직무에서 UX/UI로 전향하시려는 분들이 UX/UI에서 타직무로 전향하시는 분들보다 확연히 많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산업디자인에서 직무 전환을 했는데, UX/UI는 어떻게 다른지, 실력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UX/UI디자인은 본질이 다릅니다.

디자인을 하면서 본인만의 색깔이 있어야한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는 이야기 역시 정말 많이 들었고요. 하지만 이것이 UX/UI디자인에도 진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더 중요한 능력이 있는 것 같거든요.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채용자인 제 입장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능력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왜 UX/UI디자이너를 많이 뽑을까?

일단, 요즘 왜 이렇게 UX/UI디자이너를 많이 뽑는지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할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를 많이 뽑는 것은 디자이너가 필요한 회사가 많다는 뜻입니다. UX/UI디자이너는 대부분 IT회사에 종사합니다. 즉, 지금은 IT회사의 수가 다른 직종의 회사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IT회사는 생산 공장 없이 제품을 만들 수 있고, 매장 없이 제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사업을 하기위해 필요한 자본이 적기 때문에 창업도 더 쉽게 이뤄질 수 있죠. 이것이 투자와 결합되면서 스타트업 붐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이 많아지니 디자이너도 많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일자리가 많다고 하여 네카라쿠배 같은 일류 IT회사에 취직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아무리 부동산이 불황이라 하더라도, 강남에 집 사는 건 쉽지 않은 것처럼요. 그래도 다른 디자인 직무보다는 일류기업에 이직하기가 더 수월한 것 같긴 합니다.

 

서울 강남에 집을 사는 것보다는 지방이나 수도권에 집을 사는 게 수월하듯이, 네카라쿠배보다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쌓고 시작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경력과 실력이 쌓이면 이직이 아주 힘들진 않은 것 같거든요. 즉, UX/UI디자이너로 직무 전환을 생각하고 계신다면, 작은 스타트업의 문화 및 환경에 대해 이해하시는 게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작은 스타트업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스타트업은 대부분 사업이 충분히 정돈되지 않은 회사입니다. 사업적으로는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죠. 쓰는 돈이 많다는 건 가만히 있으면 파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이런 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돈을 수혈"받아야합니다. 이는 규모가 큰 스타트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쿠팡, 토스 등도 수혈에서 자유로울 순 없죠. 

 

스타트업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출이 적어야합니다. 체계를 위해 여러 디자이너를 고용할 여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UX/UI디자이너가 IT산업에서 가장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하나, 보통 IT산업에서 가장 좋은 대우를 받는 직군은 개발자입니다. 개발자는 여러 명으로 구성될 수 있으나, 여러 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스타트업은 찾기 힘듭니다. 

 

또, 스타트업은 "시장에 먹히는" 물건을 빨리 만들어내야 합니다. 지출이 이익보다 크니 이익을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빨리 찾아야합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 회사에 영업이익을 안겨줄 수도 있지만, 더 많은 투자금을 받을 수 있는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를 PMF(Product Market-Fit)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스타트업은 디자인팀이 있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프로덕트 오너(PO/PM) - 디자이너 - 2명 이상의 개발자로 이뤄진 조직을 구성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것이 PMF를 알아내기 위해, 매출 성장을 키우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구조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세 특징을 종합해볼 때, 스타트업에 고용된 디자이너는 혼자 모든 디자인을 하며, 촉박한 데드라인에 맞춰 급박하게 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자인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일한다기보다, 1) 나에게 주어진 일을 빨리 처리하고, 2) 함께 일하는 개발자가 일을 빨리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한 역할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직무 전환을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1. 기본기는 사이즈에 대한 이해이다.

UI에는 dp(디스플레이의 줄임말)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px(픽셀)과 혼용하여 사용하지만, 원칙적으로 1dp는 실제로 2~3px에 해당합니다. 1dp는 72ppi 기준의 1px 사이즈를 의미합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인해 1px 사이즈의 공간에 2~3개의 픽셀을 출력할 수 있게 되면서 생긴 개념입니다.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동의하는 최소한의 사이즈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UI디자이너로서의 자격에 대해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령 저는 본문 텍스트는 16dp 또는 14dp를 선호합니다. 아무리 중요하지 않은 텍스트라고 하더라도 12dp보다 더 작게 쓰지 않습니다.


2. 피그마(Figma)를 사용하라.

피그마가 최적의 옵션이라고 생각하지만, 스케치(Sketch)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어도비(Adobe)는 안됩니다. 특히 일러스트레이터와 유사한 UI 덕분에 XD로 UI디자인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피그마와 스케치 역시 벡터 방식이기 때문에 이 툴들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컴포넌트 작동 방식 때문입니다. 컴포넌트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선, React의 개념에 대해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3. HTML, CSS에 대해 알아야한다.

HTML과 CSS는 모니터에서 구현되는 UI를 만드는 코드입니다. HTML과 CSS를 알고 있다는 것은 내 디자인이 화면에서 어떠한 원리로 구현되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 경우에는 HTML, CSS에 대한 이해 없이도 UI디자이너로 취업할 수 있었으나, 취업 후 가장 먼저 배웠던 것들 중 하나입니다. 

 

4. React의 개념에 대해 이해하라.

스타트업에서 UI디자이너로 종사하게 된다면 개발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많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의사소통을 잘하는 것이 필요한 능력 중 하나입니다. 경력이 짧은 디자이너는 제품의 작동원리보다는  화면에 보여지는 모습에 더 많은 관심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서버 개발자보다는 프론트 개발자나 앱 개발자와 더 많이 소통하게 될 것입니다. 프론트 개발자와 앱 개발자가 개발하기 위해 사고하는 방식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리액트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컴포넌트(Component)를 이해하는 일이죠.

 

디자이너가 고유하게 갖는 색깔은 위의 모든 것이 충족된 후에 발전시켜도 충분합니다. 아니, 그래도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고유한 색깔이 스타트업의 사업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거든요.

 

예쁘게 만들 생각 대신, 쉽게 만들 생각을 하라.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UX/UI디자이너의 핵심 역량은 개발자와 편하게 의사소통하며,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그런데 프론트 개발자가 쉽게 개발하기 위해서는 쉽고 단순한 디자인 시스템이 함께 갖춰져야하죠. 디자이너가 독창성을 버리고, 앱이나 웹사이트를 단순하며 일관성 있게 만든다면, 개발자는 더 쉽게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한 번 만들어진 컴포넌트는 같은 방식으로 최대한 많이 사용할 수 있어야 우리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습니다. 

 

물론, 제가 하는 말이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조건들이 UX/UI디자이너로 직무 전환을 위해 가장 필요한 개인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소규모 스타트업에 지원하게 된다면, 면접을 보는 사람 중에 디자이너가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사수 디자이너가 있다한들, 그 분이 여러분을 위해 개발자와의 소통을 대신 해주지도 않을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