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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좋은 UI디자인과 취업 잘하는 UX/UI디자이너

권진석 2022. 9. 3. 01:11

헤드헌터 중에서 디자이너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결국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조건만 충족한다면 일단 무작정 찔러본다고 합니다. 제가 정말 좋은 디자이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채용을 해본 입장에서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해 기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의 모든 기준은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은 PM/PO,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가 한 팀에 이루어져 일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물론, 기획팀, 개발팀, 디자인팀과 같이 구분되어 일하는 회사도 많지만, 왠지 구식으로 보입니다. 첫인상 역시 실행력으로 보이지 않기도 하고요. 저 역시, 다양한 직군의 멤버들이 한데 모여서 일하는 조직을 선호했고 지금도 그런 조직이 더 수준 높은 조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직을 그렇게 구성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사용자의 니즈, 시장에 적합한 프로덕트가 무엇인지 알아낸다.
2.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실험을 하여 1을 발견한다.
3. 2를 위해선 쉽고 빠르게 개발하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야한다.
4. 3을 위해선 초기 모델은 작고 단순하게 시작해야한다.

요즘 IT회사에서는 가설 검증과 빠른 실행력,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가치인 것 같습니다. 가설 검증은 내가 상상했던 것이 맞는지 틀린지를 확인하는 과정이고, 만약 가설이 맞다는 게 확인되면 그 사업은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렇기에 가설 검증을 위한 비용이 적을수록 회사는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에게는 적절한 실험 환경을 세팅하고, 객관적인 결과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하죠. 바로 이것이 디지털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는 프로덕트디자이너가 가져야할 역량 1번입니다.

실행력은 짧은 기간 내에 더 많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은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조직입니다. 스타트업이 극단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면 돈이 바닥나기 전에 기회를 찾지 못할 것이고 그렇다면 결국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스타트업들은 모두 치열하게 도전하여 살아남은 결과물이죠. 결국 가설 검증과 빠른 실행력 모두 스타트업이 시장에 필요한 제품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반드시 해야하는 일들인 겁니다.

하지만 디자인을 두고 보면 디자인은 이와 반대로 작동해왔습니다. 디자인을 중시하던 회사일수록 제품 개발 과정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습니다. 디자인팀에게 주어지는 자원에 따라 회사가 얼만큼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판단하기도 했고, 또 새로운 디자이너를 채용할 때, 디테일에 얼만큼 민감한지 역시 직무 능력의 평가 요소로 활용했습니다. 이 관점으로 보자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디자인은 스타트업을 죽이는 독처럼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변화된 사업 환경에 맞춰서 디자이너의 역할과 책임 역시 바껴야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 좋은 UI디자인과 취업을 쉽게 잘하는 UX/UI디자이너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어야합니다.

디자이너는 구성원이 일을 빨리 할 수 있도록 도와야합니다.

저는 사업 초기의 제품을 많이 디자인해왔는데요, 가장 적대시 하는 것이 너무 섬세하게 사용성을 고려하는 일입니다. 물론 고객을 섬세하게 응대하면 좋은 점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장인정신에도 부합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IT서비스의 가장 큰 목적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빨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시공간에 제약이 없는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죠. 디자이너의 욕심 때문에 서비스 런칭에 시간이 오히려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디자이너는 산업의 본질을 거스르는 존재일 뿐입니다.

디자이너에게 예쁜 건 더이상 중요한 덕목이 아닙니다.

위의 내용과 이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국내의 많은 디자이너는 예쁜 디자인을 얻기 위해 많은 시간을 요구하거든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떤 디자이너도 비주얼적으로 훌륭한 제품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내는지 수치화된 데이터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네, 물론 장기적으론 예쁜 게 무조건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예뻐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디자이너에게 바라는 주 역량이 아니기 때문이죠. 심미를 추구하는 디자인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가치를 잃어왔습니다.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 커졌죠. 마찬가지의 이유로 미국에서는 Art라고는 배워본 적 없는 디자이너들이 UX필드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쁜 그래픽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용자에 대해 조사하고, 논리적인 이해와 결과물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UX디자이너는 UI를 예쁘게 만드는 것을 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만들어 놓은 것들을 복사/붙여넣기만 할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됩니다.

대신 단순히 “이게 편해요.”가 아니라, 근거가 있는 높은 수준의 사용성을 디자인해야합니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가령 버튼의 위치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디자이너를 자주 봅니다. 물론 더 좋은 버튼의 위치가 있겠죠. 하지만 이런 주제는 결코 회사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지 못하죠. 하지만 회사는 성패를 결정 지을 수 있는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을 때 디자인에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깊은 니즈를 이해하고 그 해결책을 가져오는 것이죠. 이게 바로 수준 높은 UX디자이너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가령 배달 기사가 한 곳만 배달하는 시스템(쿠팡이츠나 배민1)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됐을까요? 새벽 배송은 우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줬을까요? 이러한 서비스들이 디자이너가 디자인하지 않았다고요? 이것들을 만든 사람들이 디자이너보다 더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디자이너에게 바라는 건 디자인씽킹이지만, 디자인씽킹은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습니다.

인비전의 디자인 프론티어에서 5레벨을 사업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 했고, 1레벨을 비주얼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이라 했습니다. 사용자와 사업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없다면 5레벨은 절대 성취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회사 또는 조직의 구성원입니다. 우리의 역할은 우리가 속한 조직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일이죠. 그 성과는 모두가 납득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합니다. 디자인 역시 이것을 증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좋은 디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