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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신입이여 제발 가짜 스톡옵션에 속지 말아라

권진석 2022. 9. 4. 01:59

예전에 비긴메이트에서 한 대표님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 실력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갖던 시절인데요, 저는 일을 벌리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기에, 무일푼으로 일해준다고까지 제안했었죠. 대신 추후에 스톡옵션에 대해 고려해달라고 말하면서요. 확정적으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순 고려해달라고 말한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대표님은 거절했습니다. 그래서 그 분 사업이 잘 됐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아닌 것 같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때로부터 2년 반 정도 지난 것 같은데요, 그때 그 대표님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스톡옵션의 현실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이상과 다르거든요. 아마 당시에 그 대표님이 제 제안을 승낙해줬다면, 저는 무일푼으로 일하고 제 돈까지 태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네요.

 

스타트업을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은 스타트업으로 대박나는 사람들이 로또처럼 운으로 성공하는 줄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회사가 투자를 받았다면 그 돈이 모두 창업자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계신 경우도 있죠. 하지만 스타트업이 회사의 가치로 부자가 되는 일은 생각만큼 흔치 않습니다. 스타트업은 가만히 있으면 망하는 회사입니다. 바둑에서는 묘수가 3번이면 진다고 하는데, 스타트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투자가 3번은 족히 넘으니 망한다고 일단 결론을 내셔도 됩니다. 어쩌다 운 좋게 망하지 않는 회사가 생길 뿐이죠. 저는 스톡옵션은 이러한 로또를 파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제가 스톡옵션에 대해 생각하는 이 내용들은 모두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 해당하는 내용임을 명시합니다. 시리즈A 이후의 투자를 수 차례 받았거나, 매우 구체적인 스톡옵션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사업 초기에 구두로 또는 근로계약서에 1~2줄 명시하는 방식으로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하려는 말은 이러한 경우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톡옵션은 연봉을 후리기위한 목적이다.

스톡옵션은 특히 스타트업 업계에서의 경험이 3년 이내로 짧으신 분들 중 동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첫 스타트업에 취직하면서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한 줄로 제 인생이 달라질 거라고 착각하며 신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네, 당연히 추측하시겠지만, 그런 일은 절대로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스톡옵션은 보통 이게 뭔가 대단한 걸 만들어줄 것 같다는 신입에게 유용하게 작동합니다. “연봉을 300~500만 원 적게 받는 대신,” “더 높은 지분을 주겠다.” 내지 “더 많은 스톡옵션을 주겠다.”라고요. 이는 대체로 불확정적인 이익을 위해 매년 발생하는 확정적인 수입을 포기하는 일이죠. 90% 이상의 확률로 0원을 돌려받는 카드게임에서 매년 300~500만 원을 넣는 꼴이죠. 심지어 스톡옵션을 부여하지 않는 회사에서 먼저 스톡옵션을 제안했던 직원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스타트업의 경력자/비경력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스톡옵션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라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스타트업과의 계약조건을 잘 협상했는지 모르시겠다면, 스톡옵션을 제외하고 받는 대우가 만족스러운가로 평가하셔도 됩니다. 스톡옵션은 일반 직원이 가치를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근로계약서 상의 조건이 좋은지/나쁜지의 판단을 방해하려는 목적이 큽니다. 또, 고용자는 피고용자에 비해 지분을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교적 바람직한 회사에서는 급여를 줄 수 없는 상황일 때, 급여를 주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즉, 회사에서 직원에게 급여를 제공할 수 있다면, 스톡옵션이 아닌 현금을 주고, 자금 사정이 나빠져 도저히 줄 수 없을 땐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내 스톡옵션이 %로 되어있다면 일단 의심하라.

실제 사전적 정의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지분율과 스톡옵션은 맥락 상 다르게 사용됩니다. 지분율은 회사가 발행한 총 주식 중의 비중(n%)을 단위로 삼고, 스톡옵션은 주식의 수(n주)를 단위로 삼습니다. 종종 “0.1%, 0.5%의 스톡옵션을 받았는데 이게 많나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이게 지분율이면 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톡옵션이라면 정답은 “알 수 없다.”입니다. %의 기준은 현재 발행한 총 주식의 수일까요? 아니면 미래에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발행한 주식의 수일까요? 가령, 지금 연봉 3,000만 원을 받고, 0.3%의 스톡옵션을 받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리고 5년 뒤 연봉이 5,000만 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한다면, 가져야할 스톡옵션은 총 몇 %인가요? 만약 미래의 가치가 기준이라면, 0.5%이라고 대답하겠죠. 그리고 이것은 연봉이 3천에서 5천으로 올랐던 기간의 노고는 스톡옵션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또 연봉 5,000만 원의 새 직원도 똑같이 0.5%를 받는다면 이것도 부당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스톡옵션은 액면가가 얼마인 주식 몇 주를 얼마에 살 수 있는 권리라고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구체적이지 않다면 서로가 다르게 이해하게 되고 결국 법적 다툼이 필요하게 됩니다.

 

스톡옵션을 행사하기까지엔 고난이 따른다.

스톡옵션의 필수 조건 중 베스팅, 클리프라는 것이 있습니다. 베스팅과 클리프는 직원이 약 2년 정도의 근속을 강제하고, 약속한 스톡옵션을 모두 한 번에 주는 것을 막는 제도이죠. 첫 계약서를 쓸 때에는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2년 정도의 시간이 짧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시간은 다른 기업과 다릅니다. 스타트업에서 2년은 굉장히 깁니다. 불만족스러운 연봉, 비상식적인 근무환경, 경영 악화 등 수많은 이유로 2년 근속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스타트업은 매 순간 묘수가 필요한 침몰하는 배입니다.

 

또한, 스톡옵션은 대체로 IPO, M&A를 경험할 때 의미를 갖습니다. 주식시장에 상장되기 전까지 스타트업의 주식은 정상적인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없는 주식입니다. 스톡옵션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엑시트를 경험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합니다. 엑시트에 성공하는 회사들은 평균 8~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지분을 원한다면 제발 창업을 해라.

공동창업을 하게되면 주식을 발행하는 시기부터 주식을 나눠 갖습니다. 이때부터 준비한다면 투자자가 많아진다 하더라도, 지분의 비중이 많이 희석되지 않을 있습니다. 이때 배정받은 주식이 유의미한 가치를 지닐 확률 역시 높고요. 하지만 창업자가 되기 위해선 일정 기간 월급을 포기해야합니다. 시총이 적은 기업에서는 스톡옵션이 유의미한 값어치를 갖기 힘듭니다. 또한, 스톡옵션을 직원들에게 배분하기 위해 준비해야할 내용도 엄청 많습니다. 스톡옵션으로 인해 경영권이 위태해지는 상황 발생해서는 안되니깐요. 스타트업에 다니는 것이안정적인 급여 부를 획득할 기회모두를 얻는 것이라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리의 토끼를 좇는다면 둘을 모두 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현 가능한 스톡옵션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주식 주식 가격으로 배분합니다. % 원한다면 정답은 창업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