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프로젝트

[UX] 티클 파이 정기 구매 기능을 통해 배운 것

권진석 2022. 9. 14. 00:50


티클은 제가 비교적 짧게 합류했던 회사입니다. 7개월 동안 근무했던 곳이죠. 티클 이전에 저는 보통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 합류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초기 서비스를 운영해왔습니다. 그에 비하면 티클은 이미 상당 수의 사용자가 확보된 상태였고, 초기 서비스라는 딱지도 어느정도 떼어낸 상태였죠. 한 달에 14,000명 정도 앱을 오픈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팀이 스프린트 단위로 움직이고, 프로젝트를 기획하다보니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기능을 만들었었는데요, 티클 파이 정기 구매는 그 중 가장 효과가 좋은 프로젝트였습니다. 저 혼자가 아니라 티클 팀 전체가 집중했던 핵심 프로젝트였죠.

티클 파이 정기 구매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티클 + 파이 + 정기 구매

티클은 회사의 이름, 파이란 주식 포트폴리오, 정기 구매는 말 그대로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주식 포트폴리오를 자동 구매하는 기능이죠. 주식 포트폴리오는 금융 상품 모음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사용자가 매주 구매하고 싶은 주식의 비중/금액을 정하면, 이에 맞춰 매주 월요일마다 주식 계좌로 필요한 금액을 자동으로 이체하고 구매해주는 것이죠.

토스의 주식 모으기와 비슷합니다.

다른 서비스의 기능과 비교하자면, 가장 비슷한 것은 토스의 "주식 모으기" 입니다. 토스의 주식 모으기 역시 주식 구매를 예정하고 있는 날의 오전에 자동 이체를 진행하고, 그날 저녁에 주식을 자동으로 구매해줍니다. 하지만 차이점은 티클의 기능은 구매하는 주식의 비중을 알려준다는 점이었습니다.

티클 서비스의 핵심은 투자금의 소중함 정도는 금액과 상관 없다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금액이 크던, 적던 간에 관계 없이 안전하게 돈을 모으는 것이었죠. 그래서 서비스 초기인 2019년에는 잔돈을 모으기 기능을 런칭했고, 2020년에는 잔돈을 모아 투자할 수 있도록 해외주식 소수점투자 기능을 도입했죠. 그리고 2021년에 도입했던 것이 바로 분산 투자 기능인 파이 정기 구매입니다. 사실, 해외주식 소수점 구매의 제약 사항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해요. 소수점 투자는 아래와 같은 단점이 있었거든요.
1. 실시간 구매가 되지 않는다.
2. 원하는 구매가, 판매가를 정할 수 없다.


디자인

파이 정기 구매는 다음과 같은 섹션으로 구분되었었죠.

1. 추천하는 파이
2. 파이 리스트


페이지에 처음 도착했을 때에 사용자는 추천하는 파이 단 한 개 외에는 보이지 않도록 하려고 했죠. 물론, 사용자가 사용하는 스크린의 사이즈가 다양해서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요. 그리고 가장 먼저 보여주는 파이는 가장 인기있는 파이였습니다. 세스 고딘의 <마케팅이다>에 따르면, 많은 옵션이 있을 경우 사용자는 오히려 선택을 포기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서비스에서도 대부분의 사용자는 추천된 파이를 선택했습니다.

 

 

프로젝트의 성과

파이 정기 구매는 회사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기능이었고, 성과도 좋았습니다. 저축 금액을 높이는 것은 티클의 주요 목표였는데, 이 기능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아래에 노란 그래프가 시작되는 부분이 파이가 런칭된 시기입니다. 완만하게 상승하던 저축 시도/성공 금액이 티클 파이가 생기면서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1월, 4월, 7월을 비교했을 때 변화는 이러했습니다.

  • 1월 4일: 6,566건 74,648,829원
  • 4월 5일: 7,198건 107,405,315원
  • 7월 21일: 7,168건 203,944,565원

이후, 파이 정기 구매 기능의 힘을 믿고, 사용자의 수는 늘리되 해지율은 낮추는 방향에 집중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저는 데이터 기반으로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기능 개발에 있어 데이터보다도 비전과 직관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데이터를 통한 성과는 성장이 작고 느린 데에 비해, 비전과 직관이 가미된 기능은 성장이 확실했고 비즈니스가 다음 스텝으로 해야할 일도 함께 제시해줬거든요. 아마 이러한 차이를 드러내는 결정적인 원인은 사용자의 니즈를 새롭게 발견하고 해결해주는지인 것 같습니다. 파이 정기 구매는 기존 기능과 다른 사용자 니즈를 발견하고 해결해줬던 거죠.


가장 인기있던 배당금

파이는 여러 가지 컨셉으로 만들었는데, 가장 인기 많았던 포트폴리오는 배당금이었습니다. 신기했던 점은 배당금 포트폴리오도 다양한 컨셉으로 분화되었는데, 모두 다 인기가 많았죠. 포트폴리오가 갖고 있는 구성보다는 배당금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용자가 선택하는
데에 있어 더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저는 사용자가 왜 배당금 파이를 좋아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리서치를 시작했습니다. 리서치는 주로 사용자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설문조사로 궁금한 점이 생기면 다시 설문을 돌리는 작업을 반복했죠. 파이 정기 구매를 사용하는 사용자와 그렇지 않은 사용자에 대해 비교하면서요. 또 배당금 투자와 관련된 서적도 많이 읽었습니다. 당시 인상적이었던 점은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용자는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티클에 속해있는 멤버들도 투자 경력은 길었으나,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와 같은 투자 지침을 대부분 따르고 있지 않았거든요. 단순히 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가 아니라, 현금흐름을 발생시키는 투자를 원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외에도 확정적인 수익을 노리고, 통장을 나누어 돈을 관리하고, 시드머니를 키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분산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특성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후, 티클에서의 프로젝트는 금융 이해도가 낮은 사옹자의 금융 이해도를 높이는 방향, 돈에 이름표를 붙여 티클에서 모으는 돈이 시드머니가 된다고 인식시키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저에게 파이 정기 구매는 사용자가 왜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숨은 니즈를 이해하는 방법을 알게된 프로젝트였고, 주식 투자를 주로 하는 제가 투자에 대해서도 더 많이 배울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