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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디자인] 예쁜 UI디자인은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

권진석 2022. 11. 21. 11:43

며칠 전 아내와 함께 "워크맨"이라는 유튜브 채널의 넥스트매치편을 보았습니다. 한국에 막 돌아왔던 2019년 8월 이 회사에서 면접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제가 인터뷰에서 너무 솔직하고 때로는 예의 없게 대답했던 게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제 포트폴리오의 UI디자인 역시 정적이고 촌스럽다는 피드백을 받았었죠. 그 후, 그게 동기가 되어 많은 소개팅 앱을 설치하고 이용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중, 튤립이라는 앱이 제 아내를 만나게 해주었죠. 지금은 아들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넥스트매치에서 면접을 본 게 3년 전인데요, 사실 이후 커리어에서는 UI디자인의 능력 향상에 큰 관심을 갖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프로덕트매니저, 프로덕트디자이너, 서비스기회자로서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데에 재미를 느끼고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UI디자인에 대한 안목 역시 조금은 바뀐 것 같습니다.

 

저에게 가장 달라진 관심사가 있다면, 개발 용이성과 접근성인 것 같습니다. 

UI디자이너로서 신경써야할 개발 용이성은 프론트 개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또 이를 위해선 디자인시스템의 제작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고요. 그래픽 디자이너는 장면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만드는 데에 특화된 사람입니다. 과거에는 UI보다는 GUI라는 용어가 더 익숙했는데, 그 당시에는 그래픽디자인 능력이 훨씬 더 중시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보다 효율적으로 화면을 디자인/개발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우리 모두가 하는 일은 사업을 성공을 위해서인데, 사실 사업의 성공과 실패는 GUI로 결정되지 않거든요.

 

개발 용이성

UI디자인에서 말하는 디자인시스템은 자주 사용하는 요소들(버튼, 인풋 필드 등)를 컴포넌트화하여 재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를 말합니다. 과거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고 → 퍼블리셔가 UI를 옮기고 → 개발자가 개발을 했다면, 디자인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곳에선 퍼블리셔가 UI를 옮기는 데에 훨씬 적은 노력을 하게 됩니다. 또, 디자이너 역시 매 화면마다 디자인시스템이 정해놓은 패턴으로 디자이늘 하게 되니 UI디자인 작업 역시 빨리 끝낼 수 있게 됩니다. UI디자인에 필요한 시간이 줄어드니 디자인에게 바라는 능력 역시 자연스레 다른 영역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가령 요즘은 한국의 디자이너에게서도 문제해결능력, 문서/플로우 기획 능력, 의사소통 능력, 리서치 능력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 역시도 변화된 업무 방식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는 미국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유행해왔습니다. 저 역시 디자이너를 뽑을 때 심미적 능력보다는 앞서 말한 능력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어짜피 UI디자인은 디자인시스템에서 정해놓은 규칙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죠. 

 

접근성

접근성이란 사용자의 종류와 관계 없이 모든 사람이 잘 쓸 수 있는 특성을 의미합니다. 가령 버튼이 너무 작다면, 손이 두꺼운 사람은 버튼을 잘 누를 수 없겠죠. 이 예는 사실 쉽게 이해시킬 목적으로 사용된 것이고, 접근성은 이보다는 좀 더 큰 관점에 바라보게 됩니다. 가령, 작은 글씨를 읽지 못하는 사용자가, 아니면 시청각에 장애가 있으신 분들, 색을 구분하실 수 없는 분들, 혹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에 불편함이 있으신 분들처럼요.

 

얼마 전, 어웨어의 프로덕트매니저 채용과 관련하여 스크리닝콜을 가졌는데, 인터뷰 도중 같이 일하는 디자이너가 작은 폰트의 작업물을 선호한다는 일화를 들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작은 폰트를 선호하는 것은 폰트가 작을 때 더 예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작은 폰트가 심미적으로 더 좋은 것에 대해선 저도 어느정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때에 따라 이는 접근성을 해치는 대표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드리블처럼 예쁜 UI를 좇다보면 사용자경험과 접근성을 놓칠 수 있습니다.

접근성과 심미성 무엇이 더 중요한가?

저는 접근성이라 생각합니다. 미국의 아티클에서 접근성에 제약이 있는 사용자가 전세계적으로 전체 사용자 중 15%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보다 더 클 가능성 역시 있습니다. 한국의 평균 연령은 이미 40세를 넘었고, 지금 연령이 60대 이상인 베이비부머 세대는 30대인 밀레니얼세대의 인구의 두 배 정도로 더 많기 때문입니다. 접근성에 취약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잠재고객의 수를 한정짓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미성으로 발생하는 브랜드적인 이익이 있지 않냐는 반문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수치화하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접근성의 경우 손실에 대해선 비교적 쉽게 수치화할 수 있지만, 브랜드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서 수치화할 수 없다면, 선택은 손실을 줄이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