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내가 생각하는 취업 잘 하는 노하우, 높은 연봉을 받는 방법

2022. 8. 24. 21:13글쓰기: 스타트업, IT, 디자인

저는 미국 석사 유학으로 인해 남들보다는 조금 늦게 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서른 한 살에 경력이 고작 1년 밖에 되질 않아 커리어 컴플렉스가 있었던 시절이 있습니다. 어느덧 제 경력도 5년 정도 쌓이게 됐습니다. 아직도 어린 나이지만, 시간이 이렇게 금방 갈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합니다. 저는 그래도 경력과 실력에 비해 취직과 이직이 쉬웠던 것 같습니다. 연봉이 높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디자이너로서는 만족할 정도로 늘 벌어왔던 것 같습니다. 제 나름의 주관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것에 대해 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취업 잘 하는 노하우와 높은 연봉을 받는 방법은 그 맥락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물건은 비싸도 잘 팔리듯이, 회사에서 앞다투어 데려가고자 하는 인재는 연봉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 둘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겠습니다.

 

1단계, 내가 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라.

20대 초중반의 저는 내 전문 분야에 능력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저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실력 좋은 산업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정말 밤낮, 주말을 가리지 않고 디자인만 했던 것 같습니다. 일주일 중 이틀만 집에 귀가했고, 대부분의 시간은 학교에 마련해둔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냈죠. 침대보다 책상에 엎드려 잤던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디자인 실력이 아주 좋은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레드닷을 포함해서 10개 정도의 공모전 수상 경력을 갖고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하는 분야에 실력자가 되는 게 취업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첫 번째 조건 같습니다.

 

2단계, 세상에 필요한 것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저는 28살이 되던 해, 미국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했고, 대학원을 졸업한 후, 첫 정규직 커리어를 그곳에서 시작했죠. 저는 영어와 담을 쌓고 살아왔던 사람이었는데요, 20대 후반에 처음 한 해외 생활이었기에 영어는 정말 어설펐고, 이렇다할 경력도 없었기에 면접을 통과하고 직장에 취직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인턴을 구할 때에도 200개 이상의 회사에 지원했고, 정규직을 구할 때에도 500개 가까이는 지원했던 것 같아요. 저는 석사 과정에서 디자인리서치와 서비스디자인과 관련된 내용을 배웠지만, 학사 때 배웠던 산업디자인을 여전히 제일 잘한다고 생각했었죠. 물론, 취업이 너무나도 하고 싶었기에 제가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디자인 직무는 다 지원했습니다. 산업디자인, 인터랙션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UX디자인, UI디자인, 프리젠테이션디자인, 그래픽디자인까지...

 

참 재밌었던 점은 가장 높은 연봉과 대우를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구애했던 회사가 UI디자이너를 뽑던 스타트업이었다는 점입니다. 전 UI디자인을 단 한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내가 제일 잘한다고 생각했던 산업디자인보다 $10,000 정도 높은 연봉을 제시했고, 6개월 뒤에 추가로 $10,000의 연봉 상승까지 제시했던 이 회사를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제가 느꼈던 것이 내가 공급하는 노동의 퀄리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가 필요한 정도라는 것이었죠. 제가 아무리 산업디자인을 잘한다한들, 사회에서 UI디자인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면, 저는 UI디자인으로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매일 고민하는 것도 언제 더 좋은 직업으로 전직하는가였습니다. 당장 UX/UI디자이너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좋은 UX/UI디자인은 전환율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공률은 얼마나 높은지, 실패율이 얼마나 낮은지, 유입은 얼마나 많은지, 물건은 얼마나 팔았는지... 수치 분석이 쉽고 명확하기 때문에 AI가 정말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분야처럼 보였죠. 그러다보니 저 역시 미래가 더 창창한 개발자/프로그래머로 전직하고 싶었고, 코딩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3단계,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이 되어라

한국에 돌아와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시각이 한 번 더 바뀔만한 일이 생겼습니다. 당시 다니던 회사의 대표님이 한번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훌륭한 사람은 시간을 자기 편으로 만들 줄 안다."

이 말은 훌륭한 사람은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면 운이 좋지 않더라도 성과물을 낸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큰 성과를 낼 확률이 높아지고요. 이 이야기를 들은 다음부터는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내 미래의 모습 또한 내가 가진 그릇만큼 발현된다는 것처럼 들렸거든요. 우리가 야구나 축구를 보면서 자주하는 이야기인 "올라갈 팀은 올라가고,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라는 말처럼요. 결국 저 역시 제가 가진 그릇만한 회사에 다닐거고, 연봉도 그만큼만 받겠죠. 만약 제가 가진 그릇이 진정으로 훌륭하다면 훌륭하신 분들이 절 알아볼테고, 만약 제 그릇이 별로라면 좋은 사람, 좋은 회사를 못 알아보고 그저그런 삶을 살게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개발자로 직무 전환을 하는 것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대신 내 그릇을 스스로 키우면서 나를 더욱 훌륭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가 되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그릇을 키우기 위해 책을 찾아 읽고, 공부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등 자신을 계발하는 부분에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된 것 같습니다.

 

결국 나는 내가 짊어진 책임만큼 보상받는다

봉급은 크게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구성됩니다. 일을 잘해서 받는 건 성과급이고, 기본급은 이보다는 내가 짊어진 책임에 가깝습니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이 적다면 성과급은 줄어들겠지만, 기본급은 줄어들지 않거든요. 즉 내 연봉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을 잘하는 게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더 큰 책임을 짊어지는 것 역시 필요합니다.

 

사업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헨리 포드의 명언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But to do for the world more than the world does for you--that is Success."

직역하자면, 내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하는 것을 성공이라고 합니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세상에 기여한 만큼 번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의 부자들을 보면, 대부분은 세상에 없던 것들을 만든 사람이었고, 그들이 만든 회사의 가치 덕분에 어마어마한 부자가 될 수 있었죠. 우리는 부자들이 누릴 수 있는 풍요로움을 부러워하지만, 그 풍요는 그들이 만들어낸 가치 중 일부를 돌려받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부는 일종의 훈장과도 같은 것이죠.

 

돈은 훈장이기 때문에 또 다른 책임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큰 성공을 이룬 부자들이 은퇴하지 못하고 계속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빌 게이츠가 그러하고, 워렌 버핏 또한 그러한 것 같습니다. 즉 그들에게는 세상에 기여한 만큼 보상받고, 이 보상은 사회에 대한 더 큰 책임을 짊어지는 것이고, 이 때문에 다시 세상에 기여하고... 이러한 과정의 반복인 것이죠.

 

마무리하며...

저는 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액 연봉자도 아니기에 제 생각이 맞다고 설득할 자신도 없습니다. 혹시라도 취업이 힘든 분들이 저에게 조언을 요구한다면 이런 말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당장의 스펙보다 본인의 그릇에 집중하시라고요. 저는 디자이너이긴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디자인 포트폴리오 없이 이직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겐 면접에서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 따로 있었거든요. (물론,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앞서 말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일을 잘하는 사람(1단계)은 아마 회사의 제품을 퀄리티를 높혀줄 것입니다. 사회에 맞춰 변화하는 사람(2단계)은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이나 사업의 방향을 세상이 필요한 방향으로 변화시켜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릇이 큰 사람(3단계)은 회사의 문화와 시스템을 바꾸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더 큰 책임감도 짊어질 것이고요. 결국, 회사가 바라는 최고의 인재는 회사를 성장시켜 줄 "훌륭한 그릇"이기에 직장에 다니면서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R&R(Role & Responsibility) 역시 자신의 성장입니다. 여기까지가 지금껏 제가 느끼는 취업 잘하는 방법, 그리고 높은 연봉을 받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