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회사는 언제 팔아야하는가? 스타트업이 M&A를 해야할 때

2022. 6. 4. 21:00글쓰기: 스타트업, IT, 디자인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 중에서 회사를 팔아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상상스퀘어와 10억채널입니다. 한편으로는 회사를 팔기위해 만드는 게 맞나는 생각도 있습니다. 권리금을 받고 팔기 위해 식당을 여는 게 저에게 자연스러워 보이진 않거든요. 만약 그랬다면 이삭토스트나 더본코리아 같은 회사들도 탄생하지 않았겠죠. 실제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가 매각되었던 스토리를 들으면 그다지 해피한 스토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두 서비스는 모두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그릇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걸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에 서비스를 어쩔 수 없이 넘겼던 케이스니깐요. 구글과 페이스북은 모두 두 회사를 잘 인수해서 더 좋은 서비스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세상에 기여한 만큼만 돈을 번다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회사 대표님께 배운 건지, 스스로 깨우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많은 기여를 하고 조금 돌려받는 걸 성공이라고 말했던 헨리포드의 명언은 자주 떠오릅니다. 세상에 없지만 모든 사람이 필요한 무언가를 만든다면 이건 큰 부로 돌아올 거라 믿습니다. 금융종사자 중에 부자가 많은 이유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세상을 바꿔줄 사람, 회사에게 필요한 자본을 빌려주면서 그 사람/회사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명품과 과시소비 같은 것에 제가 유독 인색한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나의 노동으로만 사회 발전를 위해 기여한다면 그 한계가 내 시간에 한정되겠지만, 내가 가진 자본도 함께 기여할 수 있다면 그 한계는 사라질텐데요. 그렇다면 내가 번 돈으로 해야할 것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일 것입니다. 아마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부자 중 과시소비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부자가 더 하다"라는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돈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은 명품을 사기 위함이 아니라, 사회발전에 필요한 것들을 생산하는 것이니깐요.

 

그런 의미에서 주식투자는 엄연한 투자입니다. 생산 주체인 기업에게 자본을 제공하는 일이거든요. 상장된 주식의 대부분은 예전에 발행했던 주식이기에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겠지만, 신생기업이나 증자를 하는 기업의 경우 기여하는 바가 더 클 것 같습니다. 

 

돈은 내가 생산하는 것에 대한 결과물, 보상일 수도 있지만, 사회가 내게 인정해주는 그릇의 크기이기도 합니다. 내가 사업하는 회사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면 제가 사회에 인정받는 그릇과 책임은 딱 그정도인 것입니다. 반대로 내가 엄청난 부자가 된다는 것은 사회가 나에게 그만한 기대를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돈은 생산과 사회발전을 위해 필요한 기름이거든요. 사회로부터 이 기름을 받았으면 사회가 더 잘 굴러갈 수 있도록 기름칠을 해야죠. 아마 이 이유 때문에 빌게이츠, 워렌버핏은 아직도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집착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엑시트입니다. 엑시트는 보통 상장 내지 매각을 의미합니다. 창업자와 소속된 임직원이 그간 노력을 금전적으로 보상받는 순간이죠. 하지만 회사가 엑시트에 성공했다고해서 사회에 대한 모든 책임이 끝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사회가 내 그릇에 대해 인정해주는 시기이기 때문이죠. 저는 오히려 진짜 여정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현재 제가 속해있는 회사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 지사의 직원 대부분이 해고되었죠. 부족한 자금에 살아남을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M&A입니다. 확인해보니 미국에선 만지고 호화로운 생활을 때가 아니라, 회사가 감당할 없는 위기가 왔을  매각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책 <하드씽>의 라우드 클라우드의 매각 이야기도 마찬가지의 예인 것 같습니다. 권리금을 받고 파는 당연하다는 마인드였다면 워렌 버핏,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일런 머스크도 없었겠죠.

 

저는 창업이란 남들은 모르지만 세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을 바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저를 인정한다면, 책임은 저 혼자 오롯이 짊어져야겠고요. 어쩌면 자본주의의 모든 창업자와 자본가는 모두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분은 십자가를 내려놓지 않으셨듯이, 회사를 팔아야할 시기도 결국, 사회가 그릇에 대한 인정을 더이상 하지 않을 때여야겠죠. 회사의 정점을 경험하고난 후, 그 위기를 더이상 감당할 없을 ... 그렇기 때문에 매각을 위해 회사를 창업하고 경영하는 건 좋은 태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