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재택근무를 시행해야할 때는 언제인가?

2022. 5. 8. 01:43글쓰기: 스타트업, IT, 디자인

바야흐로 코로나 시국은 이제 종결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많은 회사에서 사무실 복귀를 하고 있는 모습인 듯 하고요. 재택근무가 너무 당연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365일 재택근무를 자율적으로 허용한다는 회사를 찾기 힘든 걸 봐서는 또 그리 쉬운 근무형태는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문득 리멤버 커뮤니티에서 글을 읽던 중 재택은 어떨 때 시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서 연봉을 삭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글이었거든요… 글을 쓰신 분이 리서치를 하셨을 때에는 적어도 7% 많으면 20~25%가량 삭감할 수 있다고 유추하셨다는 것 같았습니다.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재택을 하나의 복지로 본다는 점이었습니다. 복지라는 단어는 저에게 가난한 자에게 주는 시혜 내지 모든 사람이 누려야할 마땅한 권리 정도로 들리는 것 같습니다. 어찌됐든 근로자가 누려야할 혜택에 해당하는 의미처럼 들리죠. 그리고 이것이 못마땅한 사람들은 단서를 붙이는 것 같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보고해야한다, 근무지 이탈할 경우 징계해야한다. 사무실 근무를 할 경우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레포팅을 해야한다 등… 불과 작년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저 역시 재택이 능률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슈가 있을 때 사람을 즉시 불러서 해결할 수 없다는 아유 때문이었죠. 당사자 간의 회의 시간도 미루도록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전직장에서는 재택근무로 능률이 떨어지는 것을
느껴서 재택근무를 자제하도록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직장인 어웨어에서는 100% 자율 재택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특수한 근무 환경도 한 몫하고 있죠.
- 직원은 미국 전역과 서울에 퍼져있다.
- 미국에서도 다양한 타임존에서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 미국에는 비즈니스팀과 소규모 엔지니어팀, 한국에는 비교적 큰 규모의 개발팀과 제조팀이 있다.
- 이 팀들은 협업을 하여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재택근무 제도가 잘 정착하게 됐던 원인은 출근을 하더라도, 화상회의를 막을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또한 미국팀과 회의를 하기위해 아침 7~8시에 회의를 잡아야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죠. 슬랙은 자체적으로도 원격근무를 용이하게 돕는 많은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또, 구글밋 회의도 버튼 한 번으로 생성할 수 있게 돕죠. 재택근무로 발생하는 비효율이 0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겠지만, 최소한 현재 저는 전혀 느끼고 있지 못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이 제도를 아는의사에 옮기고 있습니다. 아는의사엔 또다른 문제가 있거든요. 직원 채용에 노력을 하고 있으나, 시니어, 주니어 개발자 채용이 쉽지 않습니다. 높아진 몸값과 사수의 부재가 큰 장애가 되고 있죠. 자율 재택근무라는 근무형태가 복지로도 작용하겠지만, 풀타임이 아니라 파트타임으로 장소 구애 없이 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전략으로도 활용됩니다. 초기 단계에서 시니어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파트로라도 합류할 기회를 주는 거죠. 자본과 규모는 부족한 조직이지만, 인재채용을 할 수 있는 지역은 서울을 초월하기 됩니다. 채용자 역시 이직이라는 큰 이벤트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요…

수년 전 로켓펀치는 코로나 이전부터 100% 재택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회사에 자본이 없어 사무실 임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조직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아마존이 문짝으로 책상을 만든다는 게 돈이 없어서는 아니겠지요…(사실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재택근무가 적용된다는 회사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다른 회사에서는 걱정이 많이 생기나 봅니다.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고 뒤쳐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리 코로나였어도 100% 재택근무를 허용한 경비업체, 경호업체, 제조공장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재택근무의 제도를 보완한다고 추가하는 별도의 절차는 재택근무자에게 가하는 차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은 재택을 하면 비능률적일 것 같아서…로 발생하는 팀원에 대한 불신이죠. 사람 간의 관계는 불신을 당연하게 인정하면서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100% 신뢰할 수 없다면 일단은 실행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나을 수도 있습니다.

전직장 사무실 내에서 코로나 확진이 발생했는데도, 코로나 검사 후 출근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 일로 많은 사람들이 나갔지만, 돌이켜보면 이 선택이 어쩌면 더 나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직원들을 불신하고 차별하는 게 그 무엇보다도 싫었을 수도 있으니깐요…

제가 속한 조직에서는 모두 재택근무를 허용하지만, 모든 IT회사가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조직마다 처해있는 환경, 필요한 리소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죠. 굳이 남들보다 뒤쳐졌다고 자책할 것도, 비난할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