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2. 01:15ㆍ추천하는 책
<프레임의 힘>, 꽤 오랫동안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책입니다. 프레임은 세상을 들여다보는 액자 내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죠. 수년 전 <프레임>을 읽고 들었던 개념은 이러했었거든요.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제가 생각했던 ‘프레임’과는 다른 이야기로 진행되었고, ‘프레임’과 ‘심성모형’에 대한 다른 이해가 필요했습니다.
제가 기존에 알고 있던 개념들이랑 가장 유사한 것은 ‘도식’인 것 같습니다. 교육학에서 도식이란 사물이 작동하는 원리를 의미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만들고 수정해나갔던 도식을 갖고 세상을 이해하죠. 특히 인지주의의 관점에서는 교육자(주로 교사)는 피교육자의 도식을 많이 깨서 더 포괄적이고 좋은 도식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를 발판(Scaffolding)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읽고 얻었던 가장 큰 아이디어는 모든 사람은 하나만 갖고 있을 줄 알았던 ‘세상을 바라는 시각’과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도식’은 여러 개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가장 좋은 예는 이 책에서도 언급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인 것 같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쓰며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가 되었지만, 양자역학이 등장한 시점에서는 꼰대가 되었었죠. 제가 물리학 전문가가 아니기에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현대 물리학은 거시물리학을 바라보는 상대성이론과 미시물리학을 바라보는 양자역학 두 가지가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즉 물리학은 큰 것을 바라보느냐, 작은 것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세상을 다양한 프레임으로 바라봐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획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이 책을 주니어 서비스기획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면 특히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기획일을 겸하는 디자이너에게도 의미있는 책일 것 같네요. 프레임의 핵심은 제약 조건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이죠. 대학교 4학년이던 시절,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돈의 제약이 있을 때에 디자인은 오히려 더 창의적일 수 있다고요.
저 역시 비슷하게, 많은 제약 조건을 설정해두고 기획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필요한 개발 리소스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죠. 이는 종종 같이 일하는(보통 저에게 일을 배우는) 주니어 기획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조건에 해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줄여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프로젝트가 갖고 있는 목표입니다. 그리고 요구사항은 모두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필수요소가 되죠. 가령 회원가입 기능을 만든다고 할 때, 포기하면 안되는 게 있다면 회원가입이 정상작동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정상작동 하는 것은 로그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포함할 겁니다. 이를 위해 아이디와 패스워드는 반드시 받아야하는 정보가 됩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기본 조건이 충족된다면, 어떠한 프레임으로 만들어야하는지는 오히려 매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제 경우 Awair에서 진행했던 SSO로그인 플로우가 그 예인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로그인 플로우에서 프레임을 완전히 벗어나도 된다는 것을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해할 수 있게 됐죠. 제약 조건을 이해하고 나머지는 모두 벗어나도 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극도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다양한 프레임을 확보하라!
저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방향을 과거의 경험을 활용하여 정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제 경험을 작은 역사로 활용하고 싶어하는 것과 유사하죠. 흔히 지혜를 다른 분야에서 얻은 교훈을 적용하는 능력이라고 말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보자면 프레임과 지혜는 같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프레임을 많이 확보하는 방법 중 하나는 다양한 프레임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이를 레파토리라고 합니다. 프레임을 모아둔 창고와 같은 것이죠. 다양한 프레임을 쌓는다면 문제를 해결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게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레파토리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갖고 있던 프레임을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필요합니다.
프레임을 확보하는 다른 방법은 바로 조직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일입니다. 책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은 최소 하나 이상의 프레임을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그 조직은 더욱 건강하다는 것이라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더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거나, 모든 구성원들이 같은 생각을 한다면 그 조직은 건강하지 못하다고도 말하죠. 이 부분에 대해 특히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저와 다른 생각을 하는 구성원을 볼 때마다 많은 불만이 있었는데, 이를 수용해야하고 다른 시각을 계속 찾아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아마, 조직의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한 가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프리랜서나 파트타임 등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을 많이 경험하는 것 같고요. 부자는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수용한다는데, 부자가 되는 훈련도 결국 많은 프레임을 확보하는 데에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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