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디자인] 고위드에서 했던 브랜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

2022. 2. 27. 14:33포트폴리오: 프로젝트

고위드는 제가 2019년 9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몸담았던 곳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법인카드를 서비스하고 있는 회사인데요. 제가 입사할 당시 사명은 '데일리금융그룹'이었는데, 사명을 '고위드'로 변경하면서 그에 맞는 브랜딩도 하고 새로운 IT서비스도 런칭했었죠. 특히 지주사였던 회사가 자체 IT서비스를 직접 제작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변했던 그 과정은 저에게 의미가 싶습니다. 1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고위드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 어떻게 브랜딩을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합류하던 당시 '고위드'로의 사명 변경은 결정된 상태였습니다. 이미 브랜드 네이밍으로 비용 지출이 있었고, BI 및 실물 카드 디자인을 해주기로 한 에이전시와도 계약 합의가 되어있었죠. 그외에도 '브로콜리'라는 자산 관리 앱의 UX/UI를 디자인했던 회사와의 계약도 어느정도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당시 회사는 투자를 받아 자본이 조금 넉넉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외주업체로부터 받았던 로고디자인입니다.

당시 제가 집중했던 것은 크게 책정된 프로젝트 범위와 비용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UX/UI 계약의 건은 취소시켰고, BI디자인의 계약 역시 프로젝트 범위와 금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비용 지출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서의 지출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단기적으로도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을 높여 런칭 일정을 당기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외부 업체보다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퀄리티-일정 간의 합의도 더 수월하게 이뤄지거든요. 결과적으로 초기 계약 조건보다 2억 원 정도 적게 지출했습니다.

 

당시 업체로부터 받았던 브랜드 컬러는 남색이었습니다. 이렇게 받았던 로고와 브랜드 컬러를 활용하여 재가공하는 작업을 거쳤는데요, 컬러를 설정하는 작업이 특히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했던 노력도 여러번 나고요. 일단 기존에 받았던 네이비를 활용할 수 없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1. 브랜드 컬러와 CTA 컬러를 동일 색으로 가져가야 한다.

2. 이미 시장에 비슷한 컬러를 사용하는 회사가 많다.

3. 채도가 낮은 색은 사용자 경험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종종 서비스를 보면 브랜드 컬러와 CTA 컬러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애플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애플을 상징하는 색은 검은색 내지 회색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애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대부분의 버튼은 파란색 내지 검은색이죠. 브랜드 컬러가 무채색인 경우, 파란색과 유사한 색으로 행동 유도를 하게 됩니다. 파란색은 링크를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거든요. 애플처럼 브랜드가 확립된 경우, 이렇게 구분하여 사용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못합니다. 특히 CTA 컬러는 브랜드 컬러보다 더 많이 사용되는 컬러이기 때문에, 이 두 색이 정반대의 색일 경우, 브랜드 인식에 대한 혼란 역시 커질 수 있습니다. 제가 예로 자주 활용하는 AirBnb나 Rocket Companies의 경우에, 브랜드 컬러와 CTA 컬러를 구분하여 사용했으나, 최근 다시 통합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금융의 색은 파란색입니다. 브랜드 컬러가 파란색인 금융서비스는 너무 흔하게 볼 수 있죠. 행동 유도를 위해 남색을 채도가 높은 색으로 변환하면 결국 파란색이 되고, 그러면 시장에는 이미 파란색을 사용하는 서비스들이 많았기 때문에 차별요소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또 난색 계열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웰컴저축은행, 오케이저축은행 등의 회사들이 이 색들을 너무 잘 활용하고 있기도 했고요.

 

채도가 낮은 색을 피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행동 유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웹/앱 서비스는 클릭과의 싸움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 같습니다. 클릭은 방문자의 수, 회원가입의 수, 결제의 수를 의미하기 때문이죠. 클릭 없이 수익이 발생하는 웹/앱 서비스는 없습니다. 그런데 채도가 낮은 색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발견하기 힘듭니다. 또, 발견한다 하더라도 클릭이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은지 이해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죠. 그렇기 때문에 한눈에 봐도 명확하고 클릭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브랜드 컬러가 필요했습니다. 심미적인 '예쁨'보다는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이 더 우선순위 높은 가치였던 셈이죠. 

 

그렇게 선택하게 됐던 색이 바로 그린입니다. 특히 이 색은 사업적으로도 의미가 잘 맞는 색이었는데요, 고위드는 '스타트업'을 위한 법인카드를 발급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고위드 역시 스타트업이기도 했고요. 또,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일이었죠. 시작, 성장, 도움 등의 키워드를 모두 대변해줄 수 있는 컬러가 바로 그린이었던 것입니다. 또, 금융사 중에서 이런 밝은 그린을 사용하는 회사가 없다는 점 역시 고려 포인트로 작용했습니다.

 

 

제가 있는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는 '심플'과 '일관성'이었습니다. '심플함'을 이루기 위해 장식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했죠. 장식이 많아질수록 사용자가 주목하길 바라는 것에 주목할 수 없거든요. 고위드 카드에서는 색상과 로고에만 주목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웹 프로덕트는 모든 시선이 버튼에 향할 수 있도록 집중시켰습니다. 또 각각 색상이 의미를 갖고 제한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사용 규칙 역시 비교적 심플했고, 서비스 내에서 일관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령, 그린은 '진보', 클릭 가능한 요소로 활용했고, 옐로우는 '주의', '강조'로서, 레드는 파괴적인 행동에 사용되었습니다.

 

타이포의 역시 '심플'에 최대한 부합하는 요소로서 활용했습니다. 한글과 영문,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 이렇게 2X2 매트릭스로 대응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개성이 강하지 않고, 모든 곳에서 조화로운 폰트가 필요하다는 점과 라이센스 확보와 웹 프로덕트 개발을 위한 코딩이 편하다는 점, 이 두 가지가 이 폰트를 선택하게 됐던 포인트입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문 폰트 역시 한글 폰트와 같은 폰트로 대응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은 있네요...

 

  영문 한글
인쇄 매체 SF Pro Display Apple SD Gothic
디지털 매체 Roboto Noto Sans KR

 

고위드는 사명을 변경하기 전부터 합류해서 브랜드의 첫 모습을 만드는 데에 노력을 많이 했던 회사입니다. 디지털 프로덕트뿐만 아니라, 실물 카드도 함께 디자인했었기에 기억이 많이 남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고위드에서 진행했던 웹 프로덕트 UX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도록 준비할 예정입니다.